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경력개발 학자들은 적어도 8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 통계 등에 따르면 실제로 본인이 다니던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평균연령은 52세 정도지만, 완전 은퇴하는 연령은 대개 72세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때의 문제는 기존의 주된 일자리와 은퇴 후 갖게 되는 새로운 일자리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유로 근로자들이 퇴직하기 이전부터 미래의 삶을 준비하고, 퇴직 후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의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법이 도입됐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법은 2019년 4월 30일 제정돼 2020년 5월 1일부터 시행이 예고돼 있다. 이 법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1조 3항으로 퇴직예정자 등에 대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정년퇴직 등의 사유로 이직 예정인 근로자에게 경력-적성 등의 진단 및 향후 진로설계, 취업알선, 재취업 또는 창업에 관한 교육 등 재취업에 필요한 서비스(이하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정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 예정인 준고령자 및 고령자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기업의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앞서 법안에서 명시한 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시행령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를 위해 기업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법안의 시행과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할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업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 하는지에 대한 절차 및 내용의 범위에 대한 문제다.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규정한 것을 포함해 다음의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근로자들이 재직하고 있는 단계에서부터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재직하는 동안 꾸준히 생애경력설계를 통해 자신의 경력자산을 확인하고 미래의 새로운 경력을 설계해 보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는 기업에서 퇴직이 예정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직이나 창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 예정 근로자들은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얻고 구체적인 전직이나 창업을 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귀농, 귀어 등을 준비하는 근로자들은 별도의 귀농, 귀어 등을 위한 교육서비스도 연계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일정 기간의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이란 구체적으로 전직지원 컨설턴트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취업역량을 진단해보고, 새로운 일자리를 갖기 위한 구직상담을 하고, 취업기술을 연마하고, 잡매칭을 해 보면서 전직에 도전하는 단계다. 필요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새롭게 도입한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직업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아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법안이 체계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재취업지원 서비스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의 규모나 사정에 따라 이러한 체계적인 절차가 준수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절차 중에서 적어도 어떠한 부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기업이 느끼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는 이 법안의 의무화 대상이 되는 기업은 몇 명 이상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업체인지에 대한 기준 설정의 문제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한 의견서에서 300인 이상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300인 미만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는 기업의 현실 등을 고려할 때 1,000인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일정 수준의 지원을 해 줘야 하는데, 1,000인 미만인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인프라 및 기업의 지원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1,000인 이상의 기업은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외부 업체를 아웃소싱하거나 기업 내에 이러한 조직이나 인력을 충원해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체계적인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본 법안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이러한 법률의 저촉을 받지 않는 소규모 기업에서의 퇴직 예정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대부분의 소규모 기업은 체계적인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할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예정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소규모 기업에는 국가 차원에서의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별도의 지원체계를 만들거나 지원금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소규모 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일지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셋째는 이러한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충분한가의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전문적인 커리어 컨설턴트의 양과 질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반적인 상담 등의 인력은 상대적으로 많으나 중장년의 특성을 이해하고 중장년의 실정에 맞는 경력상담 및 잡매칭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중장년 커리어 컨설턴트는 많지 않다. 현재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일자리센터에 중장년을 위한 커리어 컨설턴트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본 법안의 시행령이 구체화되면 일정 자격을 갖춘 중장년 전문 커리어 컨설턴트들이 기업의 직접적인 소속으로 또는 일정 계약을 통한 아웃소싱 등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에서 자체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내에 전문 커리어 컨설턴트를 양성해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든 일정 수준의 자격과 경험을 갖춘 커리어 컨설턴트가 활동할 때 이 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기업들에 어떠한 페널티를 줄 것인지의 문제다. 현재 법안에서는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어떠한 행정절차를 거쳐 어떠한 페널티를 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좋은 제도의 취지가 자칫 명문화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중장년 인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재취업지원 서비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또한 매우 중요한 내용인 것이다. 물론 이 법안이 시행되고 나서 지키지 못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변화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절한 수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에 일정 부분 부담이 된다 할지라도 선진적인 국가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라고 판단되므로, 언론홍보 등을 통해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재취업지원 서비스 의무화가 기업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업주, 노조, 근로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많은 대기업에서 시행됐던 재취업지원 서비스는 노조 및 근로자들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차원의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제는 시대가 변한 만큼 진정성을 담아 인사관리의 마지막 단계가 전직지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과거 노조는 재취업지원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조기 퇴직시키려는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서비스가 근로자들이 퇴직 후에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오히려 기업에 체계적인 재취업지원 서비스의 확립을 요구하고 협력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로자들은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퇴근 후에도 적극적으로 직업능력 개발 노력을 해야 한다. 전직지원을 퇴직 전에 시행하는 의례적인 절차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본인의 인생을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준비 절차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라는 심각한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중장년의 인력을 잘 활용해야만 우리에게 닥친 노동력 부족과 그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화 법안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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